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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IT

AI 메이커스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 (케이드 메츠, 김영사)

by 문화교양인 2022. 7. 10.

 

 

1. 들어가며

 

2016년에 열렸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후, 인공지능은 이제 남녀노소 누구나 입에 올리는 화두가 되었다. 

 

이제는 누구나 AI, 딥러닝, 머신러닝, 심지어 강화학습과 같은 인공지능 관련 전문용어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도 언급할 만큼 대중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에 익숙해졌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미국 IT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사업영역 확대에 열을 올리면서 이러한 기업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바로 이렇게 인공지능의 붐을 불러오는 데 기여한 실제 인물들에 관한 내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 'AI 메이커스 -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은 바로 이렇게 인공지능이라는 하나의 기술 또는 산업영역이 탄생하고 오늘날과 같이 보편화되기에 이르기까지, 그 배경에서 활약한 주요 인물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의 발전 양상을 살펴 본 책이다.

 

다만 앨런 튜링이나 허버트 사이먼과 같이 다소 오래 전의 인물이 아니라, 주로 1970년대 이후 현대 인공지능의 직접적 발전에 더욱 크게 기여한 학자 또는 기술기업 종사자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2. 다채로운 인간군상이 빚어내는 인공지능의 발전사

 

1) 퍼센트론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프랭크 로젠블라트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자 출신인 저자가 주요 인물들의 활동을 마치 기사를 쓰듯이 실제 행동 중심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책의 본문은 1958년 당시 미국 코넬대 교수였던 프랭크 로젠블라트가 퍼셉트론(perceptron)을 처음 세상에 소개한 때로부터 시작한다. 로젠블라트는 퍼셉트론 개념에 근거해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여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계의 원형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오늘날 인공지능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불리우는 마빈 민스키는 로젠블라트의 발상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인간 개발자가 제시한 특정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고자 했다.

 

후에 로젠블라트의 인공지능은 '연결주의', 민스키의 인공지능은 '기호주의'라고 불리게 되었고, 기호주의 학파의 인공지능 개념이 업계를 주도하게 된다. 

 

그리고 로젠블라트는 1971년, 43세의 나이에 익사 사고로 사망하면서 그의 이름은 서서히 잊혀지고 만다.

 

이후 이 책이 가장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당시 카네기멜론대학교의 교수, 제프리 힌턴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2) 인공지능 업계의 보이지 않는 손, 제프리 힌턴

 

제프리 힌턴은 영국의 과학 명문가에서 태어나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학문을 공부했던 사람이었는데,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샌디에이고대학교의 교수였던 데이비드 러멜하트로부터 '역전파(backpropagation)' 의 개념을 듣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역전파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 크게 진척을 보지는 못 했지만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로널드 윌리엄스와 함께 셋이서 과학잡지 '네이처'에 역전파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다. 이것이 이후 인공지능 역사의 새 장을 여는 논문이 된다. 

 

힌턴은 실력도 뛰어났지만 유쾌하고 인성도 좋은 교수여서 다양한 학자들과 교류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우수한 학생들이 그의 밑에서 공부했다. 이 학생들이 졸업 후이 각계 각층으로 진출하면서 인공지능업계에서 일종의 '힌턴 사단'을 이루게 된다. 그렇게 힌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졌다.

 

따라서 이 책의 분량 20~30% 정도는 힌턴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에게는 낯선 인물이지만 힌턴이 인공지능 업계에서 그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3) 합성곱 신경망(CNN)을 개발한 얀 르쾽

 

힌턴 다음으로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인물은 프랑스 출신의 컴퓨터과학자이자 전기공학자인 얀 르쾽이다.

 

그는 1980년대 당시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역전파 논문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한 학회에서 힌턴을 만나게 되고, 둘은 곧 절친한 동료가 된다. 

 

르쾽은 신경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알고리즘 기술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컴퓨터칩과 자율주행자동차까지 개발하려 하고 있었다. 요컨대 그는 신경망을 바탕으로 단순히 학문적 연구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활용될지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신경망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인간 뇌의 한 부분인 시각령을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개발하는데, 이를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라고 명명한다.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CNN 이 바로 그것이다. 

 

 

 

4) 빅 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경쟁

 

이 책은 또한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한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 이른바 빅 테크 기업들이 벌인 인공지능 경쟁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천재개발자로 불리는 제프 딘을 중심으로 구글이 인공지능 업계에서 어떻게 발전을 도모했는지 나오는데, 특히 영국 출신의 천재 데미스 하사비스가 설립한 '딥마인드(알파고를 개발한 기업)'가 구글에 어떻게 인수됐는지 생생하게 그려진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펼친 인재 영입전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아주 승부욕이 강한 사람으로 유명한데, 이 책에 따르면 놀랍게도 마크 저커버그는 당시 인공지능 업계의 주요 인물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었으며, 이들을 페이스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한다.

 

흔히 기업의 CEO 또는 오너라고 하면 중후한 사무실에 앉아 부하 직원이 가져오는 서류에 싸인만 하는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마크 저커버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하는 경영인인지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5) 그 밖의 이야기들

 

위의 중심적인 내용들 외에도,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의 무기화를 막기 위해 업계 종사자들이 경주한 노력,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주도했던 OpenAI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전통적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 경쟁에서 구글 등의 후발주자에게 밀려난 과정, 구글이 '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중국에 다시 한번 진출하려 했으나 오히려 중국 정부의 경계심만 강화시킨 내용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다수 실려 있다. 

 

이 책은 2018년, '컴퓨터 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우는 '튜링상'을 세 명의 인물이 공동수상하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그 세 사람은 힌턴과 르쾽, 그리고 (책에서 일부 소개되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이다. 이 세 사람이 세간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서 노력해 온 성과를 축하받는, 일종의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겠다.

 

 

 

3. 나오며

 

요컨대 'AI메이커스 -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은 마치 동양 고전 삼국지를 읽듯이, 인공지능 업계의 천재들이 각자 자신이 믿는 바를 다른 이에게 이해시키고 성취를 인정받기 위해 펼쳐나간 양상을 생생이 지켜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책은 사람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친절하게도 본문 뒤에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요약 정리되어 있고, 인공지능 발전사의 주요 연표까지 제시되어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그 지식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기본적 지식이 없더라도 2016년의 '알파고 쇼크' 이후 휘몰아친 인공지능 열풍과 관련하여, 기초적인 내용을 습득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서평은 출판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된 서적을 읽고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