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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IT

코딩의 미래 (홍전일, 로드북)

by 문화교양인 2022. 8. 9.

 

 

1. 책 소개

 

이 책은 IT 실용서를 주로 출판하는 로드북에서 나온 책이다. 저자는 현재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분으로, 오랫동안 개발자로 활동하면서 코딩을 중심으로 쌓아온 생각을 이 책에 정리하고 있다. 

 

즉, 이 책은 개발자가 쓴 에세이집으로서 코딩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저자가 개발자로 일하면서 경험한 일들에 대한 감상, 읽은 책에 대한 인용 등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2. 책의 내용과 장점

 

총 12개 장(chapter)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미래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컴퓨팅의 역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코딩과 생각', '생각의 도구', '책 읽기', '생각과 코딩', '콘텐츠시대', '미래환경', '코딩의 미래' 등의 제목을 달고 있다.

 

개발자가 저술한 에세이집으로서 이 책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주변의 개발자'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IT 서적은 대다수가 특정 프로그램 내지는 컴퓨터 사용법에 대한 설명서이며, 그 밖의 책들은 대개 IT 의 역사, 프로그래밍 관련 에세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에세이집의 경우 국내에서는 대부분 외국의 유명 프로그래머가 서술한 것이 번역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은 프로그래머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 창업자로 더 유명한 폴 그레이엄(Paul Graham) 의 책 '해커와 화가' 이다. 

 

이렇게 외국의 유명 프로그래머가 쓴 에세이집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가득한 통찰력을 담고 있지만, 한국의 평범한 독자들이 경험하기 힘든 사례 위주로 서술되어 있어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감성적으로는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코딩의 미래'는 IT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개발자가 쓴 책으로, 대다수 독자의 눈높이에서 쉽게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책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둘째, 프로그래머가 세상을 관찰하는 방법을 경험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독자의 구성은 다양하다. 특히 요즘 같이 코딩 열풍이 불고 있는 시대에는 코딩의 '코' 자도 모르는 문외한이 코딩에 입문하기 위해 이 책을 집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러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프로그래머는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자신이 관찰한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의 240쪽에서는 스택오버플로(stack overflow)의 창업자인 조엘 스폴스키(Joel Spolsky)와 제프 앳우드(Jeff Atwood)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신의 콘텐츠를 쌓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많은 IT 개발자 또는 입문자들이 스택오버플로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도 그 창업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었는지는 모를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독자에게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9장 '생각과 코딩'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코딩을 비교하며 서술하고 있는데, 에세이집이 갖는 장점을 가장 잘 살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밍 설명서에서는 이러한 설명을 자세하게 전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자가 독자들을 위해 알기 쉽게 에세이로 풀어나간 것이 뚜렷한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9장은 이 책의 백미이다. 

 

셋째, 이 책을 쓰는 데 참고한 도서들의 목록이 저자의 설명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대개의 경우 책에 대한 참고 도서는 기본적인 서지사항 목록만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책 각각에 대해 직접 설명과 추천사를 덧붙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먼저 읽은 후에, 저자가 소개하는 참고 도서를 읽어 나가면 좋은 독서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3. 책의 개선을 위한 건의

 

첫째, '플랫폼' 장에서 서술하고 있는 게임이론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정확하다.

 

저자는 게임이론을 '상호의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면 되는지 전략을 제시하는 이론'으로 정의내린 뒤, 게임 이론에 의하면 게임에 참여만 하는 플레이어보다 게임 룰을 바꿀 수 있는 플레이어가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되며, 플랫폼을 가진 쪽은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플레이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을 바탕으로 백화점에는 고객을 더 오래 머무르게 하기 위해 창문과 벽시계가 없다는 것, 구글이 안드로이드 정책을 바꾸면 사용자들까지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예시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먼저 '게임에 참여만 하는 플레이어보다 게임 룰을 바꿀 수 있는 플레이어가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설명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서술이 게임의 일반적인 특성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이론의 전략이라기 보다 그냥 경영학적 관점에서 혁신(innovation)에 가깝다. 

 

'백화점 - 고객'과 '구글 - 사용자' 의 예시도 주의깊게 살펴 봐야 한다. 각각의 쌍은 그냥 시장이론에서 '공급자-수요자' 의 관계일 뿐이지, 함께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백화점이 고객을 오래 머무르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는 것은 경제학의 게임이론이라기보다 역시 경영학에서의 고객 유치 전략에 가깝다.

 

오히려 소수의 공급자가 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는 반도체 생산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가 각각 상대방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치킨 게임'을 벌이는 상황이 게임이론의 설명에 더욱 적절하다.

 

게임이론은 경제학 분야에서도 미시경제학에 주로 포함되는데, 다수의 미시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항공기 생산회사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경쟁을 게임이론의 주요 사례로 다루고 있다. 

 

둘째, 사소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먼저 112쪽에서는 김정운 전 교수의 책 '에디톨로지' 인용을 통해 마사 매클린톡이 발견한 생리주기 동조화 현상을 '네이처에 실을 만한 과학적 사실'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설명이 끝나기 때문에 일부 독자들은 이것이 대단한 발견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맥클린톡의 연구가 과학 저널의 대명사인 네이처에 실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생리주기 동조화 현상은 이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밝혀져 오늘날 논란이 많은 이론이다. 

 

저자가 84쪽에서 위키피디아를 소개하고 있으므로, 위키피디아 영어판에서 menstrual synchrony 를 검색해 보자. 그러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After the initial studies, several papers were published reporting methodological flaws in studies reporting menstrual synchrony including McClintock's study. In addition, other studies were published that failed to find synchrony. The proposed mechanisms have also received scientific criticism. Reviews in 2006 and 2013 concluded that menstrual synchrony likely does not exist.

 

(초기의 연구 이후, 맥클린톡의 논문을 비롯해 생리주기 동조화 현상을 보고한 연구에는 방법론적 결함이 있다는 내용이 다수 논문에 실렸다. 게다가 동조화 현상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는 연구도 여럿 등장했다. 생리주기 동조화 현상의 발생구조라고 제시된 내용에 대해서도 과학적 비판이 뒤따랐다. 2006년과 2013년에 출판된 논문에서는 생리주기 동조화 현상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상에서 자칫 지나칠 수 있는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서술에는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지만, 그 사례가 다소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 밖에, 119쪽에는 경제학의 기본 모델로 '이상적인 인간'을 서술하고 있는데, 경제학계에서는 '합리적(rational) 인간' 내지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이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쓴다. 자신의 선호체계를 정확하게 알고 그에 따라 효용 극대화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합리적 인간'이라고 한다.

 

 

 

 

4. 총평

 

우리 곁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는 '이러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이러한 생각을 하는구나' 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평이한 서술로 이루어져 있어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으며, 저자가 평소 독서를 통해 수집한 다양한 사례가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IT 입문자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책이며, 어느 정도 IT 업계에 경험이 있는 독자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개발자와 비교하는 측면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저자와 출판사가 이 책의 장점을 잘 살려 앞으로도 더 좋은 IT 에세이집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가 증정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