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음반점인 '풍월당'의 경영자이자 오페라 평론가이다. 원래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개업의로 활동했으나, 학창 시절부터 취미였던 오페라 감상에 심취하여 오페라 평론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풍월당을 설립한 뒤에는 의사, 풍월당 경영, 오페라 평론과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는데, 최근에는 의사를 은퇴하고 음악과 관계된 활동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종호의 대표 저작은 다양한 오페라에 대한 소개를 집대성한 '불멸의 오페라' 이다. 1천 쪽 안팎의 두꺼운 양장본으로 1, 2 권으로 나뉘어 출판되었으며, 우리보다 오페라 감상 문화가 발달한 서구권에서도 찾기 힘든 수준의 대작이다.
불멸의 오페라는 다음에 리뷰하기로 하고, 이번에 리뷰할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는 2007년에 출판된 책으로, 오페라 입문서이다.
이 책의 가장 독특한 점은 대화체 서술방식으로 쓰여 있다는 것이다. 20대 후반의 익명의 남성 회사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소개팅을 한 여성이 오페라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자 주인공은 오페라에 대해 공부해 보기로 결심하고, 주변 지인 중 의사이자 오페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닌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오페라에 대해 차츰 알아가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여기서 '아저씨'는 박종호 본인을 모델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페라의 탄생 배경, 오페라 전개의 중심 역할을 하는 레치타티포, 오페라의 꽃인 아리아, 오페라를 즐기기 위한 상식들, 바리톤과 소프라노 등 오페라 가수들의 분류,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나라별 오페라의 특징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부록으로는 '박종호가 추천하는 당신의 첫 오페라 10편'과 '박종호가 추천하는 다음 단계의 오페라 25편' 등 총 35편의 오페라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수록되어 있다.
상기한 바와 같이 대화체 서술방식으로 전개되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장점으로는 다소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술술 책장을 넘기면서 오페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고, 단점으로는 서술이 늘어지고, 오페라에 크게 관계가 없는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갈구하는 독자에게는 내용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페라라는 것이 단순히 한 권의 책, 한 편의 오페라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다양한 오페라를 접하면서 익숙해 나가는 점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입문서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내용만 온전히 습득하더라도 오페라를 감상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만큼 충실한 안내를 담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 출간된 오페라 입문서 중 가장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읽기 > 문화, 예술, 디자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인을 위한 계이름 마스터 (세광문화) (0) | 2022.10.10 |
---|---|
디자인, 이렇게 하면 되나요? (오자와 하야토, 제이펍) (0) | 2022.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