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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잡담

어학 전문 '명지출판사'의 폐업 소식

by 문화교양인 2026. 2. 16.

 

 

2025년 7월 문예림에서 출간된 '독일어 문법의 이해와 응용(장병희 저)' 머리말의 '덧붙이는 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다.

 

"초판부터 긴 시간 동안 출판을 담당한 '명지출판사'가 2025년 초 폐업을 결정함에 따라 '독일어 문법의 이해와 응용' 은 절판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 때 '도서출판 문예림'으로부터 기존의 편집과 형식보다 개선된 판본으로 '독일어 문법의 이해와 응용'을 출판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 글을 읽고서야 명지출판사가 폐업하였다는 소식을 알았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명지출판사'로 검색해 보니, 마지막으로 출간된 책이 2024년 3월에 나왔고, 알라딘에 등록된 모든 책이 절판된 것으로 뜬다.

 

내 기억에 명지출판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하게 잘 팔리지 않는 외국어 서적을 출판해 온 곳이다. 어렸을 적부터 뻔질나게 드나들던 서점과 도서관의 어학 코너 한 켠에 항상 명지출판사의 책들이 꽂혀 있던 기억이 난다. 특히 명지출판사의 공로는 수요가 많은 영어, 일본어 등의 언어뿐만 아니라 아랍어와 같이 수요가 적은 제3외국어를 다루는 책들도 꾸준히 내놓았다는 점이다.

 

이 중에 '세계 어학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출간된 책들이 있다. '알기 쉬운 타이어 입문', '알기 쉬운 인도네시아어 입문' 등의 책인데, 이 책들의 공통점은 모두 세계지도를 담은 초록색 표지를 달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에서 '명지출판사 세계 어학 시리즈'로 검색하면 이미지 파일들을 볼 수 있으며, 이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지 놀랍게도 나무위키에 독립 항목이 개설되어 있다(https://namu.wiki/w/%EC%84%B8%EA%B3%84%20%EC%96%B4%ED%95%99%20%EC%8B%9C%EB%A6%AC%EC%A6%88).

 

나도 명지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한 권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어 문법 (수정 증보판, 김운용 저)'이 그것이다. 이 책은 단 한장의 그림도 없이 빽빽한 글자로 이탈리아어 문법을 자세히, 충실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출판사의 폐업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어렸을 적부터 익히 접해 온 추억의 출판사, 그리고 소신있게 한 길을 걸어 온 출판사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이제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어학 서적을 전문으로 내는 곳은 문예림, 동인랑 등이 남았으며, 동양북스(동양문고)는 어학 서적을 다수 출판하면서도 IT와 투자 등 다양한 실용서적으로도 활로를 넓힌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의 독자, 특히 외국어 학습자들을 위해 양서를 다수 출간해 온 명지출판사 관계자 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남아있는 어학 전문 출판사들이 꾸준히 좋은 책을 내 주시기를 기원한다.

 

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2023년 당시 명지출판사 사장님의 인터뷰 기사가 있어 기록을 위해 링크를 남겨 놓는다.

 

https://www.koreapost.com/news/articleView.html?idxno=33069

 

출판문화의 기수 명지출판사

BY 김종도(선임논설위원)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불법 복사가 판을 치고 있어 출판계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우리의 정신문화가 점점 피폐해

www.koreapost.com

 

또한, 이제는 더 이상 업로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명지출판사의 유튜브 계정 주소도 남겨 놓는다.

 

https://www.youtube.com/@MyoungJiBooks/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