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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인문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앤디 퍼디컴, 스노우폭스북스)

by 문화교양인 2023. 11. 19.

 

이미지 출처 : YES24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는 승려 출신인 영국인 명상 지도자 앤디 퍼디컴 (Andy Puddicombe) 이 쓴 책이다. 그에 대해 한국어 번역본의 책날개에는 '파란 눈의 스님' 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영어 위키피디아에서는 그를 'former Buddhist monk (前 승려)' 라고 설명하고 있고, 2020년 기준으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아내,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환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영어 원제는 ' The Headspace Guide to Meditation and Mindfulness' 로, 직역하자면 '명상과 마음챙김에 대한 헤드스페이스 가이드' 라고 할 수 있다. 헤드스페이스는 명상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아니다. 아마 저자인 앤디 퍼디컴이 만든 단어로 보이는데, 그는 이것을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이 일든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만족감이나 충족감, 즉 마음의 근원적인 평온과 평화를 묘사하는 말' 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2012년에 불광출판사에서 '헤드스페이스'라는 제목의 역서로 최초로 출간되었으며, 현재는 절판되었다). 

 

앤디 퍼디컴은 이 헤드스페이스를 일종의 브랜드로 활용하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책에도 앱과 웹사이트에 대한 일종의 홍보성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헤드스페이스라는 단어에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저 명상의 결과물인 '느긋하고 청명한 마음 상태'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명상은 대중매체에서 신비주의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명상' 이라 하면 종교적 색채를 띤 단어로 생각하거나, 혹은 편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어두운 방에서 둥굴게 둘러 앉아 눈을 감은 채, 촛불을 가운데 켜 놓고 '옴' 이라는 만트라를 입으로 소리내는 광경을 떠올리고는 한다.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명상은 불교와 같은 동양 종교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만트라 명상 역시 명상의 일종이다.

 

그러나 명상은 현재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앤디 퍼디컴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마음챙김 명상(mindfullness meditation)' 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현재의 순간을 알아차림'을 주요 요소로 하는 명상으로, 현재 나에게 떠오르는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핵심 방법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교수인 존 카밧진(John Kabat-Zinn)이 불교에서 기원한 위빠사나 명상에서 종교적 색채를 덜어내고 과학적 기반을 추가한 명상법이다. 따라서 종교가 없거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총 6개 장(chapter)과 함께 부록으로 '명상 다이어리'가 실려 있다. 본문 중간 중간에는 '명상 연습'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지각', '신체 감각', '먹기 명상', '걷기 명상' 등 실제로 명상을 연습해 보는 실천방법 10가지에 대한 안내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명상에 대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형성되는 방식과 이유를 자각하고 이해하는 법을 훈련하며 그 과정에서 균형 잡힌 건강한 시각을 얻는 것' 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마음챙김을 '현재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리거나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 지금 펼쳐지고 있는 삶을 직접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따라서 마음챙김은 단순히 앉아서 가만히 눈을 감는 방법 말고도 먹기, 달리기 등 일상의 모든 활동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명상법이고,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방법을 안내한다. 

 

마음챙김 명상에서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옳은' 명상도 없고 '잘못된' 명상도 없다. 그저 알아차리는 것과 알아차리지 못 하는 것,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있을 뿐이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 굳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복잡한 절차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입문자는 하루 10분 명상으로 충분하며, 저자는 되도록이면 이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 할 것을 추천한다. 기상 직후 10분의 명상으로 고요함을 얻고, 이를 하루의 나머지 23시간 50분을 살아가는 토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명상이 마음 훈련의 일부일 뿐이라고 설명하며, 마음 훈련을 1) 명상에 접근하기 2) 명상 수행하기 3) 명상을 일상에 통합하기의 세 가지 단계로 분류한다. 즉, 명상에 대한 종교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일반인도 충분히 수련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접근하며, 명상을 수행하는 법을 익히고, 명상을 통해 알아차린 고요한 상태의 마음을 일상에서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마음 훈련의 과정이자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승려로 있으면서 겪었던 각종 에피소드들을 명상 안내에 적절히 녹여 낸다. 그래서 단순히 명상법을 설명하는 교양서라기 보다는, 일종의 에세이처럼 술술 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여 삶의 일부로 통합하는 것이다. 책에서 강조하는 10분 명상을 일상에서 매일같이 실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