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떠나 보내'는 1993년 발매된 조규찬의 데뷔 앨범 'Since 1993' 에 수록된 세 번째 곡이다.
일반적으로 조규찬 팬들 사이에서 알려진 그의 최고 명곡은 3집 'The 3rd Season' 의 'C.F' 인데, 나는 이 곡을 조규찬의 노래 중 최고로 꼽는다.
조규찬 1집은 토토(Toto)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AOR (Adult Oriented Rock) 사운드가 전반적인데, 총 10곡의 수록곡 중에 가장 서정적인 노래라 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조규찬은 전곡을 작사, 작곡하였는데 이 곡은 유일하게 그가 작사를 하지 않은 노래이기도 하다. 이 곡의 작사가는 싱어송라이터인 조동희로, 가수 조동익의 여동생이다.
조동희가 지은 시적인 노랫말이 데뷔 초기 조규찬의 풋풋한 목소리와 어우러지고, 퉁퉁 튕기는 느낌의 E.P (Electronic Piano) 사운드가 곡 전체를 이끌어 나간다.
윤상의 '한 걸음 더', 김현철의 '오랜만에', 토이의 '내 마음 속에(이 노래 역시 조규찬이 보컬을 맡았다)' 등과 함께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중반 한국 가요계의 감수성을 그대로 담아낸 듯 한 아름다운 팝 발라드이다.
피치포크(Pitchfork), 롤링스톤(Rolling Stone) 등의 해외 대중음악 매체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100곡' 등의 리스트를 주기적으로 생산하면서 명곡을 엄선하여 정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대중음악 비평의 기반이 미약해서 그런지 믿고 읽을 만한 리스트를 본 기억이 없다.
'조용히 떠나 보내'는 내가 만약 한국 가요를 대상으로 명곡 리스트를 만든다면, 1990년대를 대표하는 노래로 반드시 넣을 곡이다.
가사를 쓴 조동희 씨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본인이 직접 이 노래를 작사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는 글을 링크해 둔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hiajo&logNo=130088342034
조용히 떠나 보내 - 조규찬
작사 : 조동희
작곡 : 조규찬
1 가끔 그런 희미한 웃음을 보이는 널 보며
우~ 내눈에 비춰지는 건 너의 기나긴날
그 많았던 아쉬움들 내게 감추려 하지는마(이젠)
이렇게 지내온 나날들과 기다린 맘이 지워질지 몰라
* 오랜 기억속에 묻어둔 너의 그 슬픔뿐인 순간들을
이젠 조용히 떠나보내 항상 네곁에 있는 나를 위해
2 넌 오늘도 그 자리에서 먼 시선을 보이고
우~ 내손에 잡히지 않는 너의 힘없는 어깨
네게 스민 그 시간들 내게 감추려 하지는마(이젠)
이렇게 쌓여온 나날들과 서글픈 맘이 지워질지 몰라
** 아무런 얘기도 그 어떤 표정도 하나없이
넌 항상 머물지만
그런 널 보는 내맘을 넌 알수 있니